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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2023.08.23

<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2023. 8. 23. 14:18

최진영 작가님 대표작 <구의 증명>

최진영 작가의 대표작을 떠올려 보면,

2015년에 출간된 <구의 증명>.

8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도 인기의 비결이 궁금해서

올해 초에 읽어봤었는데요.

으응?

📖{온전히 서로를 보는 사랑]

🐙{ㅇㅋㅇㅋ]

📖{가난해도 세상이 억까해도 우린 사랑해]

🐙{ㅇㅋㅇㅋ]

📖{죽은 연인 뜯어 먹기]

🐙

아.. 아니..

이런 하드한 소재가 대중들의 선택이라고?!

처음엔 비유인 줄 아랐는데

아니자나욧--!

그러니까.. 책 자체로는 최진영 작가님의 문체가 좋았지만

호불호가 너무 갈릴만한

소재가 베스트셀러라 많이 놀랐읍니다.

세상이 억까하지만

천년의 지독한 사랑이 궁금하다면 추천합니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여러분 그거 아세요?

이거 <구의 증명>이 아니고

<해가 지는 곳>에 대한 감상입니다.

우하하

바로 오늘의 주인공

<해가 지는 곳으로>입니다!

저는 최진영 작가님의 대표작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이 책을 고르겠습니다.

갑자기 도래한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세상이 멸망해가는 아포칼립스 배경입니다.

있을 지도 모르는 희망을 좇아

러시아를 횡단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인데요.

최진영 작가님은 꼭

<<커다란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닌

그 이후의 상황, 또는 과거를 위주로

다루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도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는 사건이 아닌

이를 분기점으로 뒤바뀐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예전엔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에 대한 회고.

류 | 아이에게 사랑한다 더 말해 줄걸.

엊그제가 여름이었는데 벌써 연말이라거나,
추석 지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벌써 설날인가,
그렇게 놀라다 보면 어느새 1년이 지나있었다.
(중략)
중요한 일을 다음으로 미루거나 대충 처리하게 되었다.
해가 지는 곳으로, p.89

평소 일상을 소홀히 보낸 과거를 후회하는 류.

그중 가장 후회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 말은커녕 화만 낸 것.

칭찬과 위로, 오늘은 어땠어?
키가 이만큼이나 컸네,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하는 것,
오늘을 기억하고 내일을 기대하는 것,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잘 자라고 말해 주는 것.
정신을 차려 보면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이러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아도 소용없었다.
해가 지는 곳으로, p.89

모두 더 좋은 삶을 위해 아이를 낳고,

아이를 위해 돈을 버는 건데도

정서적으로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현실.

너무 현실적이지 않나요..?

이렇게 재난 상황을 겪지 않더라도

책으로 읽고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은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렇게 아이와 배우자와 함께 피난길을 가는 중,

어떤 인파를 목격하고 두려움에 떠는데..

이 책 중 가장 좋았던 장면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왔던 길에선 무장강도가 도사리고

위험하고 이기적인 악한 인간 본성만 목격되는데,

갑자기 몇 백 명 넘는 인파가

노래를 부르며 하얀 깃발을 들고 걷는 모습.

세상이 지옥이어서 우리가 아무리 선하려 해도,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악마야.
함께 있어야 해.
한순간도 쉬지 않고 서로를 보고 만지고
노래하며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해.
해가 지는 곳으로, p.97

인파 속 한 여자가 류를 붙들고 말하는 내용인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생긴 재난들이 떠올랐어요.

갑작스러운 인명피해가 너무 많았고

이에 책임 지거나 사과하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일어나지 않음에 안도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에 대한 공포.

재난이 발생한 데에 아무 기여 없지만 무거운 책임감.

살아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이런 감정들과 슬픔이 뒤죽박죽 섞여서

모든 국민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었잖아요.

이런 일을 겪으며 좌절하기보다

살아가는 태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뉴스만 틀어도 보이는 소식들을 보면

오히려 추악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선함이,

서로를 향한 배려와 다정이 더 값진 것 같아요.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집엔 언제 가느냐고 해민이 또 묻는다면 대답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설명해야 한다.
미루는 삶은 끝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해가 지는 곳으로, p.100

도리 | 죽음보다 삶에 더 집중할걸.

유일한 가족인 동생을 지키는 데 혈안이 된 도리.

너무 죽지 않고 싶어서 죽음을 삶 보다 더 집중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도리는 죽음에 더 가까운 것일까? 삶에 더 가까운 걸까?

미소가 죽는다면 나는,
내가 죽는다면 미소는,
그런 생각에만 휩싸여 있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살아 있는 순간에 집중해야 했다.
나중 일은 나중에 맡겼어야 했다.
해가 지는 곳으로, p.101

언니, 일단 살아야지. 살아야 만나지.
……저절로 만날 수는 없어.
도리가 말했다.
만나기도 전에 죽을지도 몰라.
지나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알면서도 가겠다는 거죠.
죽고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까.
(중략)
그렇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해가 지는 곳으로, p.170

마무리

이 책은 재난 상황 속

타락해 버린 추악한 인간 군상과

서로를 향한 사랑을 계속 뻗어내는 양면의 인간을 보여줍니다.

극단적으로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현실의 상황과 그리 차이가 있지 않아 보여요.

충분히 극한에 몰리는 상황이고

누군가에겐 현재도 재앙같이 느껴질 수 있지요.

그러니 상황이 따라줘야 여유가 생겨야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할 틈을 일부러 노력해서 만들어갑시다.

보통 백 마디의 좋은 말을 들어도

한 마디의 나쁜 말이 더 걸리는 법이잖아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좋은 쪽의 힘이

더 커다랗다는 걸 느끼게 해주네요.

하나의 나쁜 거에 집중하며 골라내려 하기보다

좋은 걸 백 번, 천 번 하면서 살아갑시다!

생각보다 악함은 단순하고 작은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에에올을 보고

버논님이 남긴 평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친절하자. 사랑하자. 지금 여기서.

그 외 좋았던 문장

건지

외삼촌이 떠올랐다. 외삼촌은 많은 날을 외국에 나가 있었다.

주방 보조도 하고 청소부도 하고 막일도 하고 짐꾼도 하고,

때로는 임시 관광 가이드를 해서 돈을 벌었다.

한국에서 그런 일을 하면 무시당하기 십상이고

자기를 하찮게 대하는 사람들에게 화도 많이 나는데

외국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무시당하면 그냥 무시하게 된다고.

고생스러워도 우울하지 않고 마음속 당당함을 지킬 수 있다고.

외국에서는 자신의 젊음을 고스란히 느끼고 즐길 수 있는데

한국에만 들어오면 젊음이 짐스러워진다고 했다.

p.130

그런데 나는 어째서 아직 살아 있는 걸까.

아니다.

살아 있음에 이유를 붙이고 싶지는 않다.

그럼 우리 엄마가 죽은 데에도 이유가 붙을 것이고,

난 어떤 이유라도 납득할 수 없을 테니까.

p.131

그 외에도

지나와 도리의 사랑 이야기,

재난 후의 상황이 더 살아있음을 느끼는 건지의 이야기와

배우자지만 양육 공동체 정도의 동료애만 느끼던

류와 단의 사랑에 대한 재정의도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인류애를 다시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하지만 인류애를 줬다 뺐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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